[연재] 1장 1.2절 좋은 가구와 비싼 가구의 차이
제1장. 가구를 고르는 눈
1.2. 좋은 가구와 비싼 가구의 차이
1장 1절 '원목가구라고 다 같은 원목가구가 아니다'에서 ‘원목가구’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재료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간단히? 생각을 적어 보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대로 결론은 '비싼 가구가 반드시 좋은 가구는 아닙니다.
반대로, 싸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가구도 아닙니다.' 입니다.
다만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 안에서 무엇이 진짜 가치를 만드는지 알면, 선택의 기준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1. 가격은 어디서 오는가
같은 크기의 식탁이라도 가격이 2~3배 차이 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그 차이는 대부분 다음 요소에서 발생합니다.
재료의 종류와 등급
원목가구 재료로 많이 쓰이는 월넛, 오크, 체리, 애쉬, 파인류는 단가부터 다릅니다.
같은 수종이라도 FAS 등급과 보통 등급, 통원목과 핑거조인트 집성목은 가격 차이가 큽니다.
게다가 두꺼운 목재일수록 단가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상판 20mm 두께 대비 30mm 상판은 최소 1.5배 비쌉니다. 산술급수적인 증가가 아닌 기하급수적 곡선 형태로 증가합니다.
*참고로, 합판의 경우에도 핀란드나 러시아산 자작합판은 일반 인테리어용 합판 대비 약 4배 정도 비쌉니다. 합판은 윗면/아랫면/속재 등급을 비교해야 하고, MDF는 유해물질 방출량이 어떤 등급인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비록 겉에 천연 무늬목이나 플라스틱 시트지가 시공되었을지라도)
가공 손실과 작업 시간
완성 두께 30mm를 만들려면 더 두꺼운 원목을 깎아야 하고, 곧은 판재를 얻기 위해 여분을 더 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로스와 가공 시간이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결합 방식과 구조
단순 나사 결합과 복잡한 짜맞춤, 목심·도미노를 적절히 사용한 구조는 작업 난이도와 시간이 다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나무의 수축·팽창을 고려해 설계하면 그만큼 공수가 들어갑니다.
마감과 하드웨어
저가 우레탄과 독일산 천연오일, 중국산 레일과 불룸(Blum) 레일은 단가 차이가 분명합니다.
마감 횟수도 가격을 좌우합니다.
결국 가격은 ‘나무 이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재료 + 가공 + 구조 + 마감 + 제작자의 시간+브랜드 가치가 합쳐진 결과입니다.
2. 비싼데도 좋지 않은 가구가 생기는 이유
가격이 높은데도 오래 쓰지 못하는 가구가 있습니다.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자인만 강조하고 구조가 약한 경우
얇은 상판에, 다리 결합이 부실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거나 휘어집니다.
“비싸 보이는데(비싼데) 왜 이렇게 약하지?” 하는 경험이 여기서 나옵니다.
재료 등급은 높은데 건조나 관리가 부실한 경우
좋은 나무를 썼더라도 함수율 관리가 안 되거나, 수축·팽창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라면 갈라짐과 뒤틀림이 생깁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저가 재료를 섞은 경우
상판만 고급 원목이고, 다리·측판·서랍 내부는 얇은 합판이나 저가 MDF로 처리된 경우가 많습니다.
겉보기 가격은 높지만, 실제 내구성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쓰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과도한 브랜드 프리미엄
수입 명품 가구 중에는 재료와 제작 수준에 비해 유통·브랜드 비용이 많이 책정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수준의 재료와 구조라면, 국내에서 제대로 만든 가구가 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습니다.
수입 명품 가구 중에는 재료와 제작 수준에 비해 유통·브랜드 비용이 많이 책정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수준의 재료와 구조라면, 국내에서 제대로 만든 가구가 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습니다.
가구 제작 경험이 많거나 가구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면 대략적인 재료비를 감안해서 살 만한 가치인지 판단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가 많기에 형태만 비슷하면 가격만 보고 고르거나 브랜드만 보고 고를 확률이 높겠지요.
3.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가구가 되는 조건
좋은 가구는 ‘가장 비싼 재료’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용도에 맞는 재료를 제대로 된 구조로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때 가치가 생깁니다.
- 상판처럼 손과 눈이 많이 닿는 부분은 좋은 원목과 꼼꼼한 마감을 쓰고,
- 힘을 받는 구조 부위는 안정성을 우선으로 설계하며,
- 보이지 않는 곳도 최소한의 품질 기준을 지키는 것.
이것이 좋은 가구의 기본입니다.
또한 가격을 볼 때는
“이 가구가 비싸다/싸다”보다
“이 가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앞서 언급된 대로 고민해 보시면 좋은 가구를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10년을 쓴다고 가정하면,
300만 원짜리 가구와 100만 원짜리 가구의 ‘하루 사용 비용’은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100만 원짜리가 3년 만에 못 쓰게 된다면, 그 차이는 극명해집니다.
4.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차이점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다음을 체크해 보세요.가. 상판을 포함 재료의 두께와 집성 방식
너무 얇지 않은지, 솔리드 집성인지 핑거조인트인지, 무늬목인지 시트지 부착한 재료인지.
나. 모서리와 윗면의 결 흐름
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다. 다리와 상판/몸체와 다리 결합 부위
흔들림이 없는지, 결합 방식이 단순한 나사(피스)만인지, 사용한 하드웨어는 단단한지.
라. 밑면·뒷면·서랍 내부
보이지 않는 곳의 마감과 재료 수준.
마. 마감의 촉감과 냄새
손으로 만졌을 때 따뜻한지, 화학물질 냄새가 나는지.
이 다섯 가지만 꼼꼼히 봐도,
“가격에 비해 과한 가구”와 “가격에 비해 알찬 가구”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5. 디자이너/목수로서의 생각
21년 동안 가구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이 가격이면 좋은 거죠?”입니다.
저는 그때마다
“가격이 높다고 좋은 가구가 되는 건 아닙니다.
대신, 그 가격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보시면 좋습니다.”
라고 답합니다.
좋은 나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나무만으로 좋은 가구가 되지는 않습니다.
구조가 약하면 좋은 나무도 소용없고,
마감이 부실하면 촉감과 수명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적당한 가격대의 나무라도
제대로 건조하고, 수축·팽창을 고려해 설계하고,
결합과 마감을 정성스럽게 하면
충분히 ‘좋은 가구’가 됩니다.
결국 좋은 가구와 비싼 가구의 차이는
가격표에 찍힌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떤 재료·구조·시간과 정성으로 채워졌는지에 있습니다.
다음 절에서는
원목의 종류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즉 나무의 상태와 건조, 결의 방향 등
재료를 고를 때 놓치기 쉬운 기본을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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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YG _구)박연규 우드스튜디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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