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6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생각할까
1.6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생각할까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목공 기술이 뛰어나면 좋은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정밀한 기계를 갖추고 좋은 목재를 사용하면 충분할까요?
물론 기술과 장비, 재료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가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목재와 같은 공구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가구의 용도와 구조를 먼저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눈앞의 작업을 완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결과물의 완성도와 사용 수명에 영향을 줍니다.
제가 21년 동안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단순히 손기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하고, 각 단계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1. 만드는 방법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이유를 생각한다
가구 제작을 배우기 시작하면 어떤 공구를 사용할지, 어떤 결합법을 적용할지, 어떤 순서로 작업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은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가구가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인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정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을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식사를 위한 테이블인지, 작업을 위한 테이블인지, 장식적인 오브제로 사용할 테이블인지에 따라 적절한 크기와 형태, 구조가 달라집니다.
식탁이라면 편안하게 앉아 식사할 수 있는 높이와 다리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작업용 테이블이라면 작업 자세와 하중을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조형적인 성격이 강한 테이블이라면 형태 자체가 디자인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가구는 정해진 제작 방법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드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합니다.
목적이 명확해야 필요한 치수를 정할 수 있고, 그에 맞는 형태와 구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 재료를 이해하고 선택한다
좋은 목재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가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목재의 품질뿐 아니라 그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목재마다 색과 무늬가 다르고, 강도와 가공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수종이라도 판재마다 결의 방향과 무늬, 옹이, 색상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좋은 제작자는 목재를 단순히 도면에 맞춰 잘라 쓰는 재료로만 보지 않습니다. 각 판재가 가진 특성을 살펴보고, 어느 부분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나뭇결이 아름다운 판재라면 가구의 상판이나 눈에 잘 띄는 면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구조적으로 중요한 부재라면 외관뿐 아니라 결 방향과 결함, 강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목재는 가공하기 쉬운 상태인지, 충분히 건조되었는지, 완성 후 주변 환경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재료를 잘 선택한다는 것은 가장 비싸거나 보기 좋은 목재를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만들려는 가구에 적합한 목재를 선택하고, 그 재료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입니다.
3.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생각한다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완성된 외관을 먼저 봅니다. 표면의 색과 무늬, 형태, 마감 상태가 가구의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뿐 아니라 완성 후 보이지 않는 부분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구의 뒷면과 밑면, 부재가 만나는 결합부, 나사나 철물이 들어가는 위치, 목재의 움직임을 고려한 구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로써, 다음 사진 수납장처럼 후면을 흔한 합판이 아닌 원목을 켜서 엮어 막았습니다.
![]() |
| <거실 수납장입니다. 전면의 모습은 사진과 같습니다.> |
| <거실장의 뒷면을 원목을 3mm로 얇게 켜서 대패질한 후 대바구니처럼 엮어서 막았습니다. 접착제 함량이 많은 합판 사용을 꺼리기도 하지만 필요한 경우 막대 1개를 빼내어 전선 등을 통과시키게도 합니다. 미관상으로도 합판이나 오동나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
사용 중 흔들림이 발생하거나 결합부가 벌어지고, 상판이 갈라지는 문제는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설계와 제작 방법/과정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 무조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 맡은 역할에 맞게 설계되고 제작되었는가입니다.
외관을 위해 불필요한 장식을 추가하는 것보다, 결합부를 정확하게 가공하고 목재의 움직임을 고려하는 일이 가구의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완성된 뒤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사용하면서 드러날 문제까지 미리 생각합니다.
4. 작업의 정밀도보다 먼저 전체 과정을 이해한다
가구 제작에서는 정확한 치수와 정밀한 가공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부재를 도면대로 정확하게 가공했다고 해서 가구가 반드시 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부재의 치수가 정확하더라도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합부가 정확하게 가공되었더라도 목재의 수축과 팽창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작자는 개별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과 함께 전체 작업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치수를 확인해야 하는지, 조립 전에 어떤 부분을 점검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조립 이후에는 수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결합부의 가공 상태나 내부 면의 마감처럼 조립 전에 확인해야 하는 항목을 놓치면 나중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팁 : 가공작업을 마치면 전체를 접착제 바르지 않고 조립해봅니다. 이러한 가조립과정은 조립의 시간을 줄여주고 조립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별로 접착제 종류별로 접착제 오픈 타임이 다릅니다. 넉넉하지 않아서 복잡한 조립은 나누어서 조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칫 조립시간이 오픈타임을 넘기면 접착제가 굳어 접착강도가 떨어지거나, 숫장부가 너무 팽창해서 조립이 어려워집니다.
좋은 제작자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체 과정을 예상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점을 미리 확인합니다.
정밀한 가공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왜 정밀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5. 완성된 가구가 아니라 사용될 가구를 생각한다
가구 제작은 작업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완성된 가구는 실제 공간으로 옮겨지고, 사람이 사용하며, 시간의 영향을 받습니다.
작업실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던 가구도 실제로 사용하면 예상하지 못한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의자의 높이가 적절하지 않거나 테이블의 다리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서랍이나 문이 주변 가구와 간섭될 수도 있습니다. 원목가구는 계절에 따라 목재의 치수가 변하면서 처음과 다른 상태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제작자는 완성된 순간의 모습만으로 결과물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가구를 옮길 때의 무게와 크기, 설치 공간, 사용자의 움직임, 관리와 수리의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사용할 가구라면 처음의 외관뿐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기능과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가구는 작업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가구가 됩니다.
6. 실수와 실패를 다음 작업에 반영한다
가구를 만들다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합부가 생각보다 약하거나, 목재의 무늬가 계획한 것과 다르게 나타나거나, 완성된 비례가 처음의 의도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만이 아닙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고 다음 작업에서 개선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구의 구조적인 문제는 완성 직후에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사용한 뒤에야 결합부가 헐거워지거나 부재가 변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경험했다면 단순히 다시 수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결합 방식이 적절했는지, 목재의 상태를 제대로 판단했는지, 설계 단계에서 사용 조건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직접 만들고 사용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서야 판단이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팁: 2005년 부터 가구 작업을 해온 이후로 1년 동안 전시 발표했던 가구들은 판매하지 않고 지금까지 변화를 지켜보며 직접 사용 중입니다. 특히 의자는 지금까지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할 경우 주문량 보다 하나 더 만들어서 집에서 사용해 봅니다. 그러면서 의자의 장기간 사용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은 단순히 작업 횟수가 많아진다고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를 관찰하고 원인을 이해하며 다음 작업에 반영할 때 비로소 경험이 기술과 판단력으로 축적됩니다.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의 기준
좋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비싼 장비를 갖춘 사람도, 가장 복잡한 결합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드는지 이해하고, 용도에 맞는 디자인을 계획하며, 재료의 특성과 구조를 고려하고,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완성된 가구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지 생각하며,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결과에서도 배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판단력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재료를 다루고, 가구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는 방향은 중요합니다. 단순히 더 빠르게 만들고 더 복잡한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하기보다, 각 작업의 목적과 결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구를 만드는 기술은 손으로 익히지만, 좋은 가구를 만드는 판단력은 생각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합니다.
저는 좋은 가구를 만든다는 것이 결국 재료와 구조, 디자인, 제작 방법을 하나의 결과물 안에서 조화롭게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